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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해저여행 9/10월호 발행인 칼럼

by divesimon 2023. 10. 4.

지난 30년을 뒤돌아본다.

 

발행인

 

세월은 지나고 나서야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난 세월 매 순간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지나고 나니 너무 허무하게 빨리 흘렀다. 느닷없이 다이빙 전문지를 발간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보다 내가 더 황당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담근 것이 너무 깊게 수심을 탔다. 이제 수면으로 올라와서 발을 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호가 해저여행 30주년 기념 호이다. 주변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심지어 후원을 해줄 테니 성대한 기념식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30대에 시작하여 30년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맘이 편하지 않다. 지난 30년은 늘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해저여행을 발간하고 단 한 달도 흑자인 적이 없었다. 주변인들은 그러고 어떻게 책을 만드냐는 걱정과 우려를 한다. 나는 의미 없는 도움도 원치 않고 받지도 않았으나 가족의 희생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의지와는 달리 다이빙 선후배들의 격려와 위로는 늘 큰 힘이 되었다. 지금까지 해저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반면 이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다. 다이빙 잡지를 만들다 보니 당연히 금전관계로 엮이게 된다. 책을 만들기 전에 선배 잡지 발행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떼인돈 다 받았으면 빌딩 한 채를 지었을 거야그 말이 지난 30년 동안 늘 귓전에 맴돈다. 금전관계에 역기면 돈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다이빙이 좋은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사람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이제는 나이도 먹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기에 미움보다는 용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상황도 가끔 생기고 있다. 그럴땐 나는 미움이나 용서보다는 버림을 택한다. 이꼴저꼴 안 보면 미워하거나 용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30년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해저여행은 지속될 것이다. 바다가 마르지 않는 한 나의 해저여행은 변함없을 것이다. 다음호가 30주년이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내 맘이 편하고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로울 때 그때 다들 모여서 한잔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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