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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해저여행 창간 30년 발행인 칼럼

by divesimon 2023. 11. 28.

해저여행 창간 30

 

발행인 신광식

 

이번에 발간된 11.12월호는 해저여행이 창간된 지 만 30, 그리고 177번째로 발간되는 기념호이다. 하지만 난 특별히 이를 기념하기 위한 아무런 기획이나 이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지난 호 칼럼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해저여행 창간호는 지금과 달리 내가 운영하던 다이빙 샵 회보로 지난 199312월에 출발했다. 당시는 다이빙 업계가 호황기였고 나는 나름 소위 잘나가는 강사였다. 그래서 남들과 달리 샵의 회원 관리를 위해 이태원 크라운호텔에서 송년회를 하면서 해저여행 회보를 발행하였다. 후배들 몇 명과 함께 많은 날을 고생하여 만든 20페이지 분량의 해저여행은 또 다른 내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한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는 오직 이 잡지 하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리고 지나온 길 보다 앞으로 나갈 길이 더 힘들고 거칠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이 예견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야하는 나로선 한가하게 30년을 안주하는 기념이나 모임을 할 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힘껏 지느러미를 움직여 계속해서 숨을 쉬지 않으면 생사가 바뀌는 참치의 운명과도 같다.

지난 30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IMF 때는 정말 힘들었다. 평생 살아왔던 둥지를 서울에서 남양주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형제 처럼 지내던 선배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궁여지 책으로 해저여행 평생 회원권을 모집하여 선배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연명하였다. 코로나19IMF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기였다. 지난 2002년 심장 수술에 이어 2020년에 심장인공판막 수술까지 하였다. 수술 후 혈전으로 인해 엉뚱하게 다리 신경에 손상을 가져와서 한참을 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로 인한 고통은 가중되었으며 병실에서 올림픽 대교를 바라보며 안 좋은 생각도 해 보았다. 병실에서 어찌할 수 없는 자괴감으로 괴롭고 힘들어 할 때 역시 선배들과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야속한 코로나 상황은 수년간 이어지고 지금까지 그 여파로 인한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해저여행은 기본적으로 인쇄 매체이다. 촌각을 다투는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매체 시대에 그것도 두 달에 한번 발행되는 인쇄 매체가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 필자 역시 지난 30년간 책을 발행 하면서 이런 생각을 안 해 봤을까? 솔직히 다이빙계를 위한다는 명목보다는 생존의 문제가 더 절실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은 안해 봤을까?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전자 잡지도 발행하고 있고 SNS 계정도 여러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활동도 하고 있다. 즉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달 전쟁 같은 사투를 하고 있다.

다이빙 잡지는 태생적으로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현상 유지는 물론 수익을 바라는 자체가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다이빙 산업에서 나름 잡지의 역할도 중요하기에 잡지는 필요하다. 그리고 잡지는 업계를 대변하고 홍보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에 다이빙 산업의 구성원과 공존해야 한다. 교육단체와 수입업체 그리고 도 소매상 및 강사를 포함한 리조트들이 다이빙 산업의 구성원이다. 다이빙 산업의 구성원들은 소비자인 일반인과 다이버들로부터 소득을 창출하지만 다이빙 잡지는 이들 구성원들로부터 광고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다. 물론 독자들의 구독으로 인한 소득도 무시 할 수는 없지만 업계의 광고비가 주 수익원이다. 다이빙 산업과 잡지사간의 역할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잡지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다이빙 산업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동력은 다이빙 산업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동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해저여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이빙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성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지난 30년간 해저여행은 미약하나마 다이빙 산업과 업계를 대변하고 홍보하는데 일조하였다. 30년간 존재한 것만으로도 잡지의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 화되고 수치로 판단하는 시대이다. 해저여행은 아날로그이며 감성적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부응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해저여행의 역할과 존재의 가치는 필요하다. 그리고 해저여행은 다이빙 산업과 함께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적어도 다이빙 전문점을 운영하거나 강사 정도면 다이빙 잡지 한 개쯤은 구독할 것이라는 나의 상식이 통용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다이버들 개개인인 다이빙 잡지와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해저여행은 국내 업계 최초로 전자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종이 잡지와 같은 포맷이며 온 라인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해저여행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광고 수익 보다는 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잡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이버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30년의 세월 보다는 앞으로 마주할 세월이 더 중요하다. 한 자리에 머물기 보다는 늘 움직이며 진화해야 한다. 해저여행은 발행인 혼자 만드는 잡지가 아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김성주 편집장을 비롯하여 편집 디자이너 그리고 수많은 기고가들의 경험과 땀의 산물이다. 이 글을 빌어 그들에게 진정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이태원의 작은 사무실에서 숫한 밤을 새워 해저여행의 기틀을 마련해준 후배들의 열정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도 굳건하게 해저여행을 지켜 나갈 것을 약속한다. 그들의 열정과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저여행 창간 30주년을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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