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발행인 칼럼
바다는 아는 만큼 보인다.
발행인 신광식
필자는 지난 2002년에 심장 수술을 하였다. 수술 후 계속해서 다이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담당 의사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이빙 재개 여부를 알아보았으나 필자가 얻은 결론은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수술 후 6개월도 안 되어 과감하게 다이빙에 도전하였다. 당시 다이빙 포인트는 남해안 매물도였다. 때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때문에 다이빙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매물도 본 섬 뒤쪽, 비교적 파도가 잔잔한 곳을 찾아 다이빙을 시작하였다. 뱃전에 서서 입수를 하려니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허공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내 수중으로 향했다. 수중은 그야말로 암흑천지였다. 태풍의 여파로 시야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필자에게 그러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과연 심장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부담스러워 숨쉬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러한 상태로 얼마간 수중에서 적응하다보니 별 이상이 없었다. 6개월 만에 수중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일단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예전과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이빙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야가 나쁘다 보니 함께한 짝과 헤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필자는 수중에 있는 사실이 너무 좋고 편했다. 비록 시야는 나빴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예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무시했던 작은 풀하나, 고기 한 마리도 아름답고 신기했다. 다이빙을 마치고 퇴수하니 수중에서 헤어졌던 짝이 한마디 하였다. “시야가 엉망인데 뭐 볼 것이 있다고 이제야 나오냐?” 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난 너무 좋았다고 대답을 했고 그는 코웃음을 쳤다.
당시 다이빙을 진행했던 매물도는 시야가 나빠 보이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로 가득하였다. 풀 속에 함께 사는 작은 새우들을 비롯하여 주변에는 필자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많았다. 예전 해양생물을 전공하는 선배가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방 1미터 안의 생물들을 관찰하느라 공기통 한개를 다 소비하였다.”
물론 다이버는 해양학자가 아니기에 그 정도까지 자세하게 수중을 관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바다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면 다이빙을 마치고 나서 볼 것이 있니 없니 하는 불평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몰라서 못 보는 것들이 가득한 곳이 바다이다. 하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 바다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바다나리 하나만 해도 그 안으로 생각보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는 수중사진가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말미잘에는 니모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도 있고 새우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모래밭에도 상상 이상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바위에 붙어 있는 수중 식물들 또한 그 다양함이 어류들 못지않다. 평소 관심이 있는 것은 더 쉽게 눈에 띈다. 따라서 다이빙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려면 무작정 다이빙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바다 속의 다양함을 보고 즐기는 스타일로 변화시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다를 알아야 한다. 요즘 이러한 정보는 인터넷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은 단지 수중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다이빙 전문지 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곳에서 얻은 정보는 다이빙 현장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더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본다고 한다. 스쿠버 다이빙은 아는 만큼 보인다로 바꿔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다는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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