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여행 11/12월호 발행인 칼럼
어영부영
발행인 신광식
어영부영이란 말은 조선시대 군영(軍營)인 어영청(御營廳)에서 나온 말이다. 어영청은 원래 기강이 엄격한 정예부대였는데 조선 말기가 되면서 군기가 해이할 대로 해이해져서 형편없는 군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군대를 본 사람들은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다”라는 뜻에서 ‘아닐 비(非)’자를 써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이 발음이 와전되어 ‘어영부영’이 된 것이다. 따라서 어영부영의 의미는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말한다. 어영부영은 궁극적으로 망조를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뭐든 어영부영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여러 모임에 나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연말이 다가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행사 후 뒤풀이까지 참가하였다. 기분 좋게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2차로 생맥주로 입가심을 하자는 유혹에 넘어가서 여러 사람들과 한자리를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술자리는 흥이 올라 이리 저리 자리를 이동하며 잔을 주고받는 경우가 잦아졌다. 동석한 선배도 좋은 분위기에 후배들과 함께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취기 때문인지 몇몇 사람이 선배에게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선배의 난감한 표정이 이를 대변하였다. 나름 친하다 생각하고 편하게 행동하는 상대방의 모습은 도를 넘어 무례하였다. 그래서 나는 당사자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분위기는 썰렁해졌지만 분위기가 최악으로 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아니라 선배가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현 하였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 했을 것이다. 선후배를 떠나 예의는 인간관계를 호의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필수이다. 예의에 벗어나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 경우 상대는 물론 주변인까지 불쾌감을 느낀다. 정도가 심하면 원치 않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선배를 존중하지 않고 대하며 마치 자신이 그와 동등한 입장인 것처럼 어영부영 하는 행동은 부끄러운 짓이다. 언젠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한편 필자의 사진으로 광고물을 만들고 홍보하고 심지어 다른 잡지에 버젓이 광고까지 한 모 교육단체는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영부영하고 있다. 이게 어영부영해서 끝낼 일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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