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racuda in Sipadan, Malaysia
시파단의 바라쿠다.
시파단을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지게 했던 요인 중의 단연 으뜸은 역시 엄청난 무리의 바라쿠다이다. 처음 시파단을 방문하였을 때 거대한 크기의 바라쿠다들이 무리 지어 회오리 치는 장관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가 갈 수록 바라쿠다 개체들의 크기와 무리의 규모도 작아졌지만 시파단의 명성을 유지하기에는 아직 충분하다. 다만 짧은 시파단 방문 일정에서 바라쿠다 무리를 만날 확률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시파단 섬을 배경으로 함께한 다이버들
시파단 다이빙 포인 지도 - 바라쿠다 포인트는 지도 상단 왼쪽에 위치한다.
이번 투어에서는 시판단을 두 번 방문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날 고대했던 바라쿠다 무리를 만났다. 전 날 떠돌이 바라쿠다 몇 마리만 보았기에 둘째 날은 작정하고 첫 다이빙부터 바라쿠다 포인트로 입수하였다. 조류의 흐름을 보고 코랄가든 쪽에서 입수하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였다. 코랄가든에서 바라쿠다 포인트로 향하던 조류는 채널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반대로 방향이 바뀌었다. 조류의 세기도 엄청났다. 전 날 채널 입구에서 몇 마리 바라쿠다 무리를 보았기에 그거라도 촬영하려고 강한 역조류를 거슬러 올라 입구 쪽으로 전진했다. 뒤따르던 일행과 가이드도 강한 조류 때문에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난 죽어라 바닥을 기어가며 거북이 바위를 지나 채널 입구에 도달했다. 너무 강한 조류에 카메라를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류걸이를 걸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라쿠다를 기다렸다. 이제 일행은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나 혼자만이 바다에 있는 듯하다. 공기 잔량을 체크하며 한참을 기다리다보니 드디어 바라쿠다 무리가 보였다. 대충 눈으로 세어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무리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 이들이 가까이 왔을 때 조류 걸이를 풀고 죽어라 접근하였다. 정말 허벅지에서 연기가 나고 고무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핀 킥을 해서 몇 마리 안 되는 작은 무리의 바라쿠다를 촬영하고 조류에 쓸려 입수 지점으로 되돌아 왔다. 그래도 몇 마리나마 바라쿠다를 촬영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역조류를 타고 어렵게 촬영한 바라쿠다 무리
시파단 섬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작은 무리가 있으면 분명 큰 무리도 주변에 있을 듯하였다. 그래서 두 번째 다이빙도 다시 바라쿠다 포인트로 정하고 입수 지점을 드롭-옵 쪽에서 시작하였다. 전날 엄청난 잭 피시 무리를 보았기에 더 이상 이들을 촬영할 필요가 없어서 낮은 수심을 포기하고 일단 깊은 수심 대에서 시팬을 촬영하였다. 그리고 바라쿠다 포인트 채널 입구로 들어서는데 오른쪽 낮은 수심 대에 멀리 바라쿠다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침착하게 무리 쪽으로 일정한 속도로 따라 붙었다. 촬영 가능한 거리에 접근하고 앵글을 잡고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카메라가 아무 반응이 없다. 앗 ! 이게 무슨 일인가? 파인더 안쪽을 보니 메모리가 꽉 찼다는 표시가 떳다. 아 ~ 결정적인 순간에 필름이 없는 거다. 잽싸게 슬롯 B 를 포멧하였다. 아이쿠! 에러가 뜬다. 필자가 사용하는 니콘 D3 카메라는 메모리를 장착하는 슬롯이 두 개 있다. 촬영 후 컴퓨터에 백업을 하고 카메라에 있는 파일도 지우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혹시 어느 한쪽이 문제가 있어도 메모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 곳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장기간 투어에서는 두 곳의 슬롯이 모두 차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한쪽이 차면 다른 쪽을 포멧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포멧이 되지 않는 것이다. 눈앞에서 바라쿠다는 서서히 이동하며 무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카메라는 메모리가 없어 촬영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A 슬롯을 포멧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전에 촬영한 사진들이 다 지워지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이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하나씩 지워 가며 메모리를 늘려서 바라쿠다를 촬영하였다.
바라쿠다 무리들이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무리를 따라 이동하며 카메라와 사투(?)를 벌이며 촬영하였다.
바라쿠다 무리는 이제 바다 쪽으로 이동하여 장관을 연출해 내고 있는데 나는 카메라 메모리를 지워 가며 촬영을 시도 하였다. 그나마 자꾸 에러가 나서 촬영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카메라를 껐다 켯다를 반복하고 심지어는 마구 흔들어 대며 정상적으로 작동되기를 고대하였다. 하지만 무심한 카메라는 작동이 됐다 안됐다를 반복한다. "미쳐 버리겠다." 라는 상황을 이해하겠다. 눈앞에서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장관이 계속 펼쳐지고 주변에 다이버들도 필자의 뒤를 따르는 일행뿐이라 촬영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상황인데, 결정적으로 카메라가 맘먹은 데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사람 더 미치게 하는 건 어떻게 하다보면 카메라가 작동을 한다. 그러니 촬영을 포기 할 상황도 아니다. 메모리를 한 장씩 지우고, 여유가 생기면 또 몇 장 촬영하고,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으며 껐다 켜기를 반복하고, 그 와중에도 계속 바라쿠다 무리를 따라 다니고, 암튼 30분 이상을 바라쿠다와 잘 놀다 나왔다. 다음에 다시 오라는 용왕님의 계시인가보다. 바라쿠다 무리 사진 몇 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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