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25미터에서 에어가 제로 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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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보홀에 갔을 때다. 두 번째 다이빙에 블루스타 캐슬 킹 리조트 앞 돌조 비치에 입수하였다. 입수 후 바로 수심 30미터로 하강하여 시팬을 촬영하고 있는데 호흡이 빡빡하다. 게이지를 확인하니 바늘이 숨 쉴 때 마라 왔다 갔다 한다. 탱크 밸브가 덜 열린 것이다. 손을 뒤로 당겨서 밸브를 완전히 개방하였다. 바로 시원하게 공기가 빨렸다.
이날 마지막 다이빙 역시 돌조 비치에서 하였다. 역시 내 스타일대로 입수 후 빠르게 깊은 수심으로 하강하였다. 수심 30미터에서 몇 컷 촬영하고 낮은 수심대로 이동하는데 또 호흡이 빡빡 하다. 밸브가 덜 열린 듯하다. 천천히 직벽으로 이동하며 손을 뒤로 하고 밸브를 열려고 하니 이미 다 열려 있었다. 앗! 이게 무슨 상황인가? 게이지를 확인하니 수심 25미터 공기는 0였다. 입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공기가 0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호흡기가 더 이상 빨리지 않는 상황이다. 주위를 돌아보니 이병두 선배가 옆에 있었다. 내 게이지를 보여주는 놀란 눈빛이다. 하지만 선배는 에어 2를 사용하기에 호흡기를 달라고 하기가 애매하였다. 좀 더 아래쪽에 블루스타 이수지 강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하강하여 그녀의 비상 호흡기를 물었다. 이수지 강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는 듯하여 내 게이지를 보여주었다. 그녀 역시 황당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탱크 밸브를 잡고 뒤에 올라탔다. 카메라가 거추장스러워서 그녀에게 주고 그녀의 옥토퍼스를 물고 계속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이수지 강사는 뒤에 매달린 나를 별로 개의치 않고 계속 자신의 다이빙을 이어갔다. 다른 다이버들이 뭔 일인가 하여 쳐다보았다. 예정대로 다이빙을 다 마치고 퇴수 하니 이수지 강사의 게이지는 80 바가 남았다. 공기통 한 개로 둘이 다이빙을 했는데도 공기는 충분했다.
문제는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이이다. 배에 다이버들이 많아 스태프들이 실수로 내 공기통을 교환해 놓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나는 전 다이빙에 남은 공기를 가지고 입수를 한 것이다. 늘 입수 전 공기를 체크하고 입수하여 다시 확인하고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이 나의 다이빙 스타일인데 이날은 뭐가 귀신에 홀렸나 보다. 게이지를 보고 공기 잔압을 체크하지 않은 것이 가장 실수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상황은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나 인 것이다, 함께한 다이버들이 모두 베테랑 다이버들이기에 내가 긴장을 풀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이빙을 진행한 것이다. 공기가 없으면 바로 퇴수를 해야 하는데 가이드의 옥토퍼스를 물고 끝까지 다이빙을 한 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모든 것이 해피 앤딩으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생각해 보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다이빙 안전에 신경 써야겠다.
사진 - 이수지 강사의 옥토퍼스를 물고 다이빙을 하고 있는 모습 - 촬영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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