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여행 11/12월호 발행인 칼럼
다이빙 사고, 욕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연하게 제주도를 3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두 번의 사진 촬영대회 심사위원 그리고 한 번의 해양조사로 가을 제주도 다이빙을 만끽하고 왔다. 필자는 80년대 중반 제주도에서 몇 달간 살기도 하였고, 다이빙 전문점을 운영할 때는 1년에 10번도 넘게 제주도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요즘도 제주도는 자주 방문하고 있다. 때문에 제주도 다이빙은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자부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자만심과 욕심 때문에 아찔한 상황을 경험하였다. 자칫하면 정말로 큰일을 당할 뻔하였다.
지인으로부터 서귀포 문섬에 연산호 군락지인 남동쪽이 지난여름 태풍으로 인해 황폐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하던 차에 한개창에 그보다 규모가 더 큰 대형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한개창의 연산호 군락은 필자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심이었다. 대형 연산호 군락지은 최소 35미터부터 시작하여 45미터까지 분포하여있었다. 통상적으로 스포츠 다이빙의 한계 수심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다이버들은 물론 경험이 풍부한 수중 사진가들에게도 다이빙을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수심이었다. 하지만 다이버들은 화려한 색상의 대형 연산호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중 사진가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의 포인트이다.
필자는 몇 번 이곳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수심에 대한 부담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때문에 나름 “무감압 다이빙을 철저히 지키자”라는 원칙을 가지고 다이빙에 임했다. 그 결과 대형 연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심 40미터 이하에 머물 수 있는 수심은 단 몇 분에 불과 하였다. 몇 컷 촬영하지 못하고 바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다. 함께한 수중 사진가들도 그런 상황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하루에 3회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들도 있었다. 당연히 엄청난 시간의 감압을 감수해야 했다.
며칠 후 필자는 수중 사진가들과 이곳을 다시 찾았다. 이미 포인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필자는 35미터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계획을 세우고 한 무리의 수중 사진가들과 함께 입수하여 포인트로 접근하였다. 입수하자마자 사방에서 스트로브가 발광하였다. 필자는 처음 계획대로 수심 30미터 내외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몇 미터 아래에 더 좋은 피사체가 보이고 다른 사진가들이 아래에서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을 보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슬금슬금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며 촬영을 하였다. 형형색색의 대형 연산호 군락을 표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을 시도하였다. 촬영에 몰두하다보니 주변에 사진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게이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수심 42미터, 공기잔량은 30바 남아 있었다. 더욱 최악의 상황은 감압 시간이 28분이었다.
일단 서둘러 낮은 수심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주변의 다이버를 찾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공기는 바닥이 나서 숨쉬기가 힘든 상황까지 왔는데 아직도 감압 시간은 줄지 않고 있었다. 수중에서 별 생각을 다 해봤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공기가 없으니 올라와야 했다. 다행히 첫 다이빙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였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영 찝찝하였다. 컴퓨터는 모두 정지하였고 며칠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날 나머지 다이빙도 다 포기하였다.
이러한 상왕은 필자뿐만 아니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수중에 감압용 공기통까지 설치하고 다이빙을 진행했던 수중 사진가들이 감압병 증상이 있어 단체로 고압 챔버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모두들 다이빙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좀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안전을 무시한 것이다. 필자역시 자칫하면 정말 큰일 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작은 욕심이 커다란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였다.
다이빙 사고 - 작은 욕심에서부터 시작된 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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