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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잘나온 사진 그리고 좋은 사진" - 해저여행 5/6월호 발행인 칼럼

by divesimon 2013. 5. 29.

신광식

 

 

잘나온 사진 그리고 좋은 사진

 

발행인 신광식

 

어린 시절 필자의 집 장롱 깊숙한 곳에 카메라가 한 대가 있었다. 마치 보물인양 가죽 케이스에 고이 모신(?) 것도 모자라 보자기로 쌓여있었다. 이 귀하신 물건을 볼 때는 학교 입학과 졸업식 때뿐이었다. 하지만 이 귀하신 카메라를 제대로 다루는 사진사가 없었기에 사진은 늘 노출은 물론 초점도 잘 맞지 않기 일쑤였다. 가끔 한번 쨍 하게 사진이 나오면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사진 참 잘 나왔네……. “

 

필자가 수중 카메라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80년대 초반 대학 재학 중이었다. 당시 사진과에 재학 중인 후배가 니코너스3 카메라에 벌브 스트로브를 장착한 카메라를 구입하여 다이빙을 함께 다니며 촬영을 하였다. 벌브 스트로브는 한 컷 촬영하고 벌브를 갈아 끼는 형태로 매우 불편하였으나 당시에는 꽤나 멋져 보였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니코너스3 카메라를 구입하여 수중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현제까지도 최고의 명기로 손꼽는 니코너스5 수중 카메라에 SB101 스트로브를 장착하여 수중 촬영을 즐겼다. 하지만 당시 수중 사진을 배울 만한 곳이 없었고 수중 사진을 하고 있는 사진가들 도 많지 않은 시절이어서 촬영 결과물이 거리와 노출만 맞아도 훌륭한 사진으로 인정하곤 하였다.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고 형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면 모두들 사진 잘 나왔다고 추켜세워 주곤 하였다. 그 당시에는 잘 나온 사진이 좋은 사진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잘 나온 사진과 좋은 사진은 완전히 다르다. 좋은 사진은 잘 나온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잘 나온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수중 카메라는 이제 다이빙 장비로 취급될 정도로 다이버들의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중 사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예전에 필자가 수중 사진을 배울 때와는 달리 이제는 수중 사진을 가르쳐 주는 곳도 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매체와 SNS 등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촬영되고 있는 수중 사진을 접할 수 있다. 예전에는 수중 사진을 가르쳐 주는 곳, 혹은 사람이 없어 좋은 수중 사진을 만들기가 어려웠으나 요즘에는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좋은 사진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국내는 물론 해외 다이버들 역시 전문적인 몇몇 수중 사진가들을 제외하고는 잘 나온 사진을 만들기에 급급한 것을 많이 보게 된다. 필자에게 수중 사진을 가르쳐준 장남원 선배는 늘 “ 사진은 머리로 찍는 것이다.” 라고 강조하였다. 즉 생각을 하고 셔터를 누르라는 이야기 이다.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세대를 벗어나 필름 걱정이 없는 디지털 세대로 바뀌면서 양적인 발전은 있으나 질적인 발전은 별로 없는 듯하다. 또한 광각 사진보다는 촬영이 수월하고 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접사 촬영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매년 수중 사진 촬영대회 심사를 하면서 신예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늘 입상작에 호명되는 작가들이 또 다시 단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잘나온 사진을 보고 만족하는 사진가들이 많은 듯하다.

 

좋은 사진은 자신의 의지와 색깔이 그리고 감성이 표현되어야 한다. 너무 추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게 필자 역시 안타깝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보는 순간 느끼는 감이 잘 나온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다. 수중 촬영대회 심사를 다년간 하며 느낀 것은 모두들 잘 나온 사진을 제출 하지만 분명 입상작은 좋은 사진이 선정된다는 것이다, 잘나온 사진과 좋은 사진을 구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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