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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2015 1/2 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by divesimon 2015. 2. 3.

 

 

사소한 부주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발행인

 

얼마 전 필자는 후배와 함께 말레이시아 마블 섬으로 취재를 겸한 다이빙을 다녀왔다. 이곳은 취재 때문에 필자가 오래 전부터 매년 한 두 번씩 다니고 있는 곳이다. 이곳 다이빙은 웬만한 현지 가이드만큼 잘 알고 있다. 특히 마블 섬 부근의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시파단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이빙을 실시하고 있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마블 섬에 위치한 보르네오 다이버스 마블 리조트에 머물며 시파단으로 다이빙을 갔다. 첫 날은 시야가 너무 나빠서 바로 앞에 있는 다이버도 구분 못할 정도였다. 수중 촬영을 하는 필자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리조트에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 다시 시파단을 찾았다. 전 날보다는 시야가 좋았으나 수중 촬영을 하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긴 마찬가지 이었다. 첫 다이빙을 마치고 시파단 섬에서 쉬고 있는 동안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취재를 와서 사진을 못 만들어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다이빙은 함께한 후배가 거북 동굴을 보고 싶다하여 드롭-(Drop-off)로 입수를 하였다. 낮은 산호초를 벗어나 수직으로 이어지는 직벽을 따라 내려갔다. 수심 25미터 내외에서 오른쪽 어께를 직벽으로 향하고 유영을 시작했다. 함께한 다이버들은 필자와 후배를 포함하여 7명이었다. 비록 시야는 흐렸으나 시파단 드롭-옵 포인트의 직벽은 일행을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잠시 후 동굴 근처에 도달하였다. 필자는 가장 먼저 동굴입구에 도착하여 함께한 후배를 불렀다. 이미 동굴에서 촬영 계획을 설명해 주었기에 필자는 동굴 입구에서 유영하는 모델 역할을 하는 후배의 실루엣을 촬영하기 위해 동굴 내부로 진입을 하였다. 어두운 동굴 내부에는 위험을 알리는 다양한 경고판들이 긴장감을 더했다. 뒤돌아 입구쪽을 보니 뿌연 시야 사이로 후배가 열심히 수중 전등을 비추며 동굴 입구를 왔다 갔다 하며 모델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파인더를 보며 앵글을 잡기 시작했다. 필자는 모델을 볼 수 있어도 모델은 필자를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천천히 모델이 좋은 위치에 올 때까지 파인더를 보며 기다렸다. 그런데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는 공기가 좀 빡빡하고 호흡이 힘들었다. 필자는 해외 다이빙시 늘 장비를 빌려서 사용한다. 워낙 카메라 장비가 많기에 스쿠버 장비를 가져갈 수 없어 빌려서 사용한다. 하지만 빌려서 사용하는 장비는 늘 필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좀 달랐다. 아무래도 공기가 없는 듯하여 잔압 게이지를 확인했다. 잔여 공기는 30바가 남아 있었다. 깜짝 놀랐다. 찰나의 순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늘 그렇듯이 첫 다이빙이 끝나고 나면 보트 맨이 새로운 공기통으로 교체해 놓고 공기량을 확인한다. 그럼에도 재 다이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공기가 떨어진 것이다. 분명 보트 맨이 실수로 공기통을 교체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종 확인을 해야 하는 필자가 자만심에 공기 잔량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입수하여 다이빙을 진행한 것이다.

 

어쨌든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수심 20미터가 넘는 곳, 그리고 수평으로 20미터 이상을 더 들어간 동굴 속에서 공기가 거의 없는 상황이 벌졌다. 필자는 최대한 침착하게 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 다가가서 신호를 보내고 상승을 시작했다. 마침 뒤따라오고 있던 가이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필자는 공기가 떨어졌다는 신호를 보내고 급하게 상승하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하여 안전하게 수면에 도달했다. 그리고 다시 공기통을 교환한 후 하강하여 일행들과 합류하여 다이빙을 마쳤다. 하지만 필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뻔 했다.

 

해외 다이빙시 장비 세팅은 현지 스태프들이 해준다. 하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다이버들이 아닌 보트 맨들이 세팅하는 경우도 있고, 초보 다이버들이 세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 결과 부력조절기의 위치가 맞지 않는 경우를 비롯해서 불편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때문에 국내건 해외건 자신의 장비는 철저하게 자신이 세팅하는 다이버들도 많이 있다. 이번 경우 필자는 너무 많은 안전 수칙을 무시했다. 보트에서 스태프가 세팅해준 장비를 착용하고 공기량을 체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면과 수중에 하강해서도 게이지를 확인 하지 않고 바로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또한 동굴에서 공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짝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서 비상 상승을 하였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전적으로 필자의 사소한 부주의 때문이었다. 아무리 베테랑 다이버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수칙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항을 무시한 결과였다. 안전한 다이빙은 기본적인 수칙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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