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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해저여행 5/6월호 2016 칼럼 - 아카시아 향기는 날리는데

by divesimon 2016. 6. 1.

 

아카시아 향기는 날리는데

 

얼마 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멀리 아카시아 나무 숲이 보였다. 온통 하얗게 꽃으로 뒤덮여 있는 아카시아 나무를 멀리서 보기만 하여도 기억속의 그 향이 코끝에 감돈다. 진한 아카시아 향을 따라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내가 태어난 곳은 을지로다. 어릴 때 마포로 이사를 와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는데 근처에 서강대학교가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면 친구들과 담 너머 대학 안으로 들어가 아카시아 꽃을 따 먹었다. 그 향긋한 내음과 더불어 맛 또한 좋아 배불리 먹고 나머지는 책가방에 가득 넣었다. 문제는 가방 안의 책은 다 버리고 아카시아 꽃으로 채운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들켜 엄청 혼나고 책을 찾으러 다시 나서야 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책을 찾아 돌아온 나를 보고 어머니는 한숨만 내쉬었다. 내 딴에는 향긋한 아카시아 꽃이 맛있어 과감하게 책을 버린 것이다. 어린 마음에 단지 내 욕심만 채우려고 더 중요한 책을 내 팽개쳤다. 
차창 밖으로 아카시아 꽃을 보며 그때를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났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한 순간 과욕으로 정말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불행하게도 이 경우, 단지 어머니에게 혼나고 끝나지 않는다. 본인은 물론 무리의 전체 혹은 그 이상에게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 온다. 요즘 세상사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과욕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
최근 다이빙 산업에도 그러한 개인과 무리가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단지 자신들만 살아남기 위해 모두를 죽이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이득은 일부에게 돌아가지만 그 심각한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난해 연안사고예방법에 이어 올 해는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수중레저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안이 수중레저활성화법으로 다이빙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인 듯하나 실제로는 일부 심각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다이버들을 안내하는 현지 안내점과 리조트들에게는 영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는 독소 조항이 내재되어 있어 심히 우려가 된다. 법안이 통과되고 이제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안 제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개인 혹은 단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달콤한 아카시아를 선택하는 우려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또한 법 제정자들은 일부 개인과 단체의 목소리만으로 전체를 규제하고 통제하는 우려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다이빙 산업의 의견은 특정 개인과 단체의 목소리로만 대변할 수 없다. 다이빙 산업 전반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다이빙 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달콤한 아카시아 향 내음을 맞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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