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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여행 발행인 칼럼

에코다이빙, 수중사진가도 예외는 아니다.

by divesimon 2014. 6. 2.

해저여행 5/6월호 발행인 칼럼

 

에코다이빙, 수중사진가도 예외는 아니다.

 

발행인 신광식

 

얼마 전 다이빙 업계 관계자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 이었다. 당연히 화재의 중심은 다이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호에 필자가 사설을 쓰게 된 사연을 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던 지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일반 다이버들뿐만 아니라 수중사진가들 역시 보다 철저하게 에코 다이빙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코 다이빙을 표방하고 실천해야할 당사자들은 타의 모범이 돼야 하기에 더욱 철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장면을 목격하고 매우 씁쓸하여다는 말을 덧붙였다.

언제부터인지 다이버들 사이에 에코 다이빙이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수중사냥과 채집 등을 배제하고 수중 환경을 보호하면서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을 에코 다이빙이라 한다. 육지에 살고 있는 인간이 바다 속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이미 바다 속에 어떠한 형태로던 영향을 미치겠으나 에코 다이빙은 그러한 인위적인 영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생태계를 관찰하고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수중사진은 그러한 행위의 가장 진보된 단계이다. 즉 에코 다이빙의 최상위 단계가 수중사진인 것이다. 그러나 수중 사진이 에코 다이빙의 최상위 단계라는 상황은 수중 사진기의 보급으로 인해 급격하게 바뀌었다. 수중사진기는 다이버들의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내기 다이버들도 작은 수중 카메라를 지참하고 다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수중 카메라를 들고 다이빙을 진행함으로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지 수중 작살을 버리고 수중 카메라를 들고 다이빙을 한다고 하여 이를 에코 다이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진정한 에코 다이빙은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중 사진기를 소유한 다이버들이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하여 원하던 원치 않던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경험이 많은 일부 수중사진가들도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 할 수없 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주변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은 사진 촬영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 하여 발생한 문제는 최근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훼손하여 촬영한 새 사진이 전시됨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야생에서 새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작가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하여 새 둥지를 훼손하였다. 나뭇가지와 잎으로 가려져 있는 새 둥지를 촬영하기 편하게 모두 잘라 버리고 둥지 안의 새끼들을 나무 가지로 옮겼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어미와 생존의 위협을 느낀 새끼들의 처절한 장면을 렌즈에 담아냈다. 이러한 장면은 자연 상태에서는 절대로 연출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들의 둥지는 포식자들의 눈길을 피해 나무 가지와 잎으로 가려진 곳에 만든다. 그러한 둥지 주변의 가지를 잘라버리면 둥지는 포식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둥지 안의 새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중 사진은 어떠한가? 접사 촬영을 하면서 피사체를 건드리거나 심지어는 촬영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사체를 건드리기 위해서 탐침봉은 수중 사진가들의 기본 장비가 된지 오래이다. 피사체를 건드리는 것이 새 둥지를 오픈하는 것만큼 피사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자제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좋은 장면을 렌즈에 담아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수중 사진가들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는 촬영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다가 산호를 비롯하여 주변 생물들을 훼손하는 경우이다. 특히 몸도 잘 못 가누는 초보 사진가들이 손에 카메라가 쥐어 졌을 때는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수중 카메라는 자신의 몸을 충분히 가눌 수 있을 때 소지하길 바란다.

필자 역시 수중촬영을 하다 보니 그간 수중 생태계에 득이 되기보다는 피해를 주는 경우가 분명 있었다. 조류가 강할 때 해조류를 붙잡거나 무거운 카메라로 인하여 중성부력을 잘 못 맞추고 산호를 부러뜨리거나 오리발 차기로 인해 모래 먼지를 일으켜 주변 생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필자도 늘 탐침봉을 소지하고 다이빙을 진행한다. 하지만 필자의 탐침봉 용도는 피사체를 건드리기 위함이 아니라 최소한의 면적에 의지하여 수중에서 몸을 지탱하기 위함이다. 즉 피사체에 몰두하다가 다양한 변수로 인하여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탐침봉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의 작은 몸짓으로 인해 수십 년간 자란 산호가 일순간에 부러지는 안타까운 결과가 그 산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벌어진 상황이라면 참으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피사체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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